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을 보았다.
감독 : 김홍선
출연 :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 장윤주, 이주빈
회차 : 파트1 6부작
이 정도 출연진이면 중간은 갈 거 같은데 현재 다양한 곳에서의 평을 보니 상당히 안좋아 보인다. 내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에 대한 의리가 이어져 끝까지 보긴 하겠지만, 파트2에서 끝내길 바란다.
<원작에 대한 관점>
한국판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전에 원작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려면..
일단 원작은 지금까지 나온 건 다 봤다. 원작을 재밌게 봤다고 하긴 애매한데 스페인어를 참으면서까지 끝까지 봤다는 점에서 나름 웰메이드라고 인정하는 편이다. 시즌 1,2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그 이후는 그냥 의리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원작을 1,2부를 재밌게 봤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1. 하이스트 영화를 원래 좋아한다.
2. 조폐국을 터는 소재는 신선했다.
3.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완벽하지만은 않은데 완벽한 척 하는 교수, 능글능글한 베를린, 매력적인 도쿄. 나머지는 별로다. 논외다. 달리 가면도 매력적이다.
4. 도둑질을 하는데 있어서 진지함과 비장함을 포장하는 주변 스토리가 좋다.
5. 상상치 못한 막장스러운 행동들이 중간에 있어 지루하지 않다.
단점을 이야기 하면
1. 도둑질을 하는데 너무 허술하다. 인물이 나쁜 설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질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온순하다. 그 많은 돈을 훔치는데 사랑 타령한다.
2. 덧붙여 경찰도 허술하다.
3. 위기인 척 해놓고 모든 건 교수의 머리속에 계산되어 있다라는 플롯이 반복되니 지친다.
4. 캐릭터와 연기가 과하다.
<한국판을 보고>
한국의 장점을 이야기해보자.
1. 집단의 갈라치기를 완벽히 합리화하기 위해 남북한인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각색하여 왜 통합이 안되고 싸우는 지에 대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2. 적을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종이의 집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두 번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금 유치한 듯한 스토리도 많고, 어물쩡 넘어가는 부분도 너무 많을 정도로 꼼꼼하지 못하다. 계획이 치밀한 척은 하나 드라마가 치밀하지는 못하다.
단점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1. 원작의 과함을 상당히 유지했다.
이번 한국판을 보면서 다시금 느낀 게 스페인이라서, 우리가 모르는 국가의 사람들의 문화와 관념이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 용서되었거나 무시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일단 인물 설정부터가 상당히 과하다. 대사를 치는 연기도 과한데 이게 연기가 과한 건지, 저 문화권에서 저 언어가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건 지 몰라서 그냥 봤던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판으로 가져오면서 그런 과한 컨셉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끌고 왔다. 그나마 제일 한국적으로 바꾼 캐릭터가 전종서가 맡은 도쿄인데 사실상 도쿄 캐릭터는 과한 거 빼면 시체였어서 전종서의 미모만 남았을 뿐이다.
덴버, 나이로비의 과함은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된다.
그나마 한국판에서 살아남은 건 베를린 박해수 뿐이라고 생각한다.
유지태와 김윤진은 그들이 평소에 하던 연기, 익숙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 원작의 어설픔을 너무 가져왔다
경찰의 무능, 교수의 무능, 도둑 집단의 어리숙함과 불화 등 개인적으로 불호인 부분들만을 가져왔다. 이건 2번 보는 입장에서 불편한 거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드라마 자체가 서로의 무능을 핑퐁하면서 이어가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답답함과 어설픔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사실이 또 보는 입장에서 힘들었다.
3. 그리고 뭐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실한 어필이 부족한 것 같다.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둑질을 하는 게 아니라 애들 장난치는 것처럼 6편 모두 지나가는 것 같다. 4조의 돈을 찍어내 달아난다는 엄청나게 큰 위대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고 조폐국에 들어가는 씬부터가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시작하여 모든 게 장난처럼 포장되는 것 같다.
한국판은 느낄 수 있는 게 없었다. 원작을 안 본 채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이 너무 궁금하다.
예고편의 설렘은 모두 깨졌다. 너무 아쉽다. 파트2 유종의 미라도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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