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
극장에서 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를 관람하였다. 파벨만스 영화 정보 및 관람 후기, 평점 등 다양한 주제로 작성하여 본다.
영화 정보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가브리엘 라벨,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장르 : 드라마
시간 : 151분
난생처음 영화를 보고 사랑에 빠진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카메라로 일상을 담으며 영화를 만든다.
파벨만스는 스필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사건들이 파벨만스라는 영화, 또 그 안의 영화로 펼쳐진다. 파벨만스 뜻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집안 이름의 성씨로, 영어 제목은 The Fabelmans로 '파벨만가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집안 이야기를 다룬다는 정도로 해석이 된다. 발음상 파벨만이 아니라 페이블만으로 들린다. 실제 있는 성은 아니고 Fable(이야기) + man(유대인 성씨 끝에 많이 사용)하는 걸 합쳤다고 한다.
각본을 스필버그와 토니 커쉬너가 함께 썼다.
간단평
5~60년대 영상과 카메라를 사랑한 파벨만의 이야기. 영화를 소재로 한만큼, 필름 돌아가는 소리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편집 방식이 과거 필름 시대 영화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다.
옛이야기이자 전기 이야기 방식이라 살짝 지루하고 무겁게 느껴질 것 같아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서 이 영화에 흠뻑 빠지게 될 거란 걸 알았다. 소재,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 음악, 연출 방식 모두 흠잡을 데 없다.
작년에 헤어질 결심을 보고 2022년에 이걸 넘을 영화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겨우 4월이지만 파벨만스가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얼마든지 몇 번이고 더 보고 싶을 거 같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쿠키 정보
파벨만스 쿠키는 없다.
스포 포함 리뷰
아무리 스필버그였지만, 사전 정보 하나 없는 상태에서 이 스틸컷만 보고 영화를 보기 두려워했다. 너무나도 예스러운 콘셉트 느낌으로 깍둑 잘라놓은 미셸 윌리엄즈의 머리 스타일이 옛 향수를 다룬 영화 느낌이 강해서였다. 또한 스필버그의 전작품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 장르로 정말 안 좋아한 것도 이유겠다. 결국 개봉 4주 차만에 보았고, 좋아서 넋이 나갔다.
파벨만스는 스필버그가 실제로 영화 산업에 진출하기 직전까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본에 녹여내었다. 주인공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어릴 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에 빠진다.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즈)와 아버지 버트(폴 다노)로부터 사랑을 받는 맏이로 태어나 어린 꼬꼬마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란 걸 접하자마자 영화 사랑이 넘치는 유년 시절 모습이 엄청난 비범함을 느끼게 해주는 한편, 천재 아버지와 센스 가득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이게 가능했다는 걸 시인하는 모습이다.
시간은 흐르고, 애리조나에서 청소년기를 자라며 영화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진다. 지금 보면 올드한 방식과 무성영화에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영상을 만든다는 리더십 자체가 이미 범인은 아님을 증명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영상 제작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보여주는 연출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끄럽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의 예술이나 스포츠에 빠져 아역부터 연기를 하는 많은 영화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영화들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파벨만스는 정말 새로웠다. 영화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향수가 느껴지는 아련함, 그리고 묘하게 묻어 있는 코미디스러움이 감성 취향에 맞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던 중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에 조의를 표하고자 외할머니의 오빠 보리스(쥬드 허쉬)가 집으로 찾아온다. 서커스단에서 사자를 조련하는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새미를 보며 예술을 하게 될 때 가족과 예술 사이에 벌어질 일들에 대하여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넨다. (정말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마치고 퇴장한 그는 8분의 연기로 남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른다.)
어머니 미치 파벨만은 전 날 저녁 하늘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누가(보리스) 방문하거든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있던 하룻밤 동안 스윗한 모습에 가족들 모두 좋아하지만 따로 이야기를 나눈 샘만 찜찜한 모습이다.
아버지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새미보고 가족 캠핑 영상을 만들어 달라 한다. 예술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게 될 거라는 보리스의 말 직후 이에 반대되게, 새미는 중요한 약속을 제쳐두고 어머니를 위하여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가족 캠핑에 함께 간 아버지의 조수 베니(세스 로건)와 어머니의 다정한 모습에 불륜을 저지르고 있단 걸 발견하게 되며 영화의 성격은 반전되며 고조된다.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어머니가 서정적인 연주를 하는 동안, 자신이 발견한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앞뒤로 계속해서 필름을 반복하는 씬은 압권이다. 미셸 윌리엄즈의 옛 영화인 <스윗 프랑세즈>가 문득 떠올랐다. 한 편으론, 불륜 전문 배우 미셸 윌리엄즈가 캐스팅되었을 때부터 어찌 보면 예측할 수 있었을 수도 있겠다.
새미는 묵인하지만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어머니를 등한시하며 다투게 되고, 결국 미치에게 자신이 본 영상을 틀어주고, 불륜의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미치를 달래며 아무도 모르게 하겠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IBM으로부터 좋은 오퍼를 받았지만, 미치가 반대하여 못 가던 상황이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파벨만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게 된다. 자신이 녹화하던 영상에서 우연찮게 녹화된 걸 보고 가족이 붕괴되는 걸 지켜봐서인지, 새미는 더 이상 영화 제작을 포기한다. 하지만 베니는 새미와 작별하며 그가 좋아했던 카메라를 억지로 그의 손에 쥐어준다.
LA 고등학교에 오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생활이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 유대인임을 이용하여 스필버그의 예수 관련 유머가 나오고 여자 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금 카메라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머니는 영화를 계속하는 걸 응원하고,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고집쎄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의 가족들은 점점 붕괴되고 있다. 어떻게든 베니와 떨어졌지만 미치의 마음은 LA에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고 결국 부모님은 이혼을 결정한다.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동생들과는 다르게 이미 오래전부터 상황을 알고 있던 새미는 이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담담하다. 심지어 이 슬픈 상황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어 하던 필름 편집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마치 소시오패스같이 감정이 결여된 느낌으로 보리스가 말한 씬들이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다.
스필버그의 자기반성적인 면모라고 볼 수도 있다. 가족의 예민한 이야기를 영화화하여 대중 앞에 내놓기까지 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멋쩍음과 감정을 표현한 듯하다.
영화 내내 부모님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버트는 지적인 이미지로, 아내와 가족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헌신하며 차분하고 매너 있는 아버지이다. 개성 강한 폴 다노가 아버지 버트 역을 맡아 본인의 연기 개성을 죽인 채 영화에서 뒷배경과 같은 푸근한 스타일로 연기한다.
어머니 미치 역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사랑을 한없이 주는 어머니지만, 한 편으론 보리스의 말대로 예술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많은 걸 포기하고 살고 있는 느낌이었고 결국 이혼을 택하며 끝까지 가족에 대한 본분을 지키지는 못한 인물로 표현된다.
졸업식 파티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새미는 해변에서 촬영한 동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여기서 그를 괴롭힌 로건을 영웅화하여 만들었고, 로건은 이를 보고 현실과 영상과의 괴리에 괴로워한다. 그러고 새미의 재능 역시 인정하며 둘은 화해하게 된다.
사실 이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많이 지나가고 후반부라서 그랬을까, 가장 간지러웠던 씬이었다. 감정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꼭 넣어야 하는 다른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을 힘들게 한 로건과 어머니, 그리고 그 발단이 불륜이었다는 점, 둘 모두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이 아닌 영화를 만들며 힘들어 하던 새미가 영화를 다시 시작하며 마침내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부모님은 이혼하여 동생들은 어머니를 따라 애리조나로, 새미는 아버지와 LA 남게 된다. 새미는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원치 않는 학교를 다니지만, 결국 아버지가 새미의 열정을 인정하고 영화 일을 하는 걸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엔 존 포드 감독을 만나 지평선을 화면 위나 아래로 하라는 조언을 받고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코미디스럽게 영화는 끝이 난다.
최종 후반부엔 휙휙 급전개되는 느낌이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돌아왔다.
영화에 엄청난 기교가 들어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인물의 전기 이야기처럼 살짝 딱딱한 스타일의 이야기도 아니고 미친 연출력 하나로 모든 씬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느낌만 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딱 맞는 주제를 던져서 취향을 저격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겠다.
2시간 30분이라는 영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코 끝이 찡하고 울컥하다가도 웃기고 약간의 분노도 있는 등 재미있게 즐겼다.
여기에 더하여 끝나고 진하게 남은 여운에도 불구하고 감탄할 만한 포인트를 글로 표현하자면 힘든 것 같다. 자신의 전기를 바탕으로 150분 내내 들려주는 이야기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찡한 전달력을 가진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영화'라는 전달 매체에 대하여, 그리고 꿈과 가족에 대하여 등의 주제를 복합적으로 녹여내어 유려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현재의 스필버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설득력이 충분하다.
폴 다노와 미셸 윌리엄즈의 캐스팅은 완벽했다. 그리고 주인공 배우, 가브리엘 라벨 상당히 인상 깊다.
작년에 헤어질 결심을 보고 2022년에 이걸 넘을 영화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겨우 4월이지만 파벨만스가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얼마든지 몇 번이고 더 보고 싶을 거 같다.
명대사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If the horizon's at the bottom, it's interesting. If the horizon's at the top, it's interesting. If the horizon's at the middle, it's boring as shit. Now, good luck to you.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에 꼭대기에 있으면 흥미롭다.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다. 행운을 빈다.
평점 정보
4월 15일 기준 영화 사이트별 파벨만스 평점이다. 굉장히 높다. 생각보다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가 높지 않다.
Rotten Tomatoes / IMDB
Letterboxd / Metacritic
왓챠(Watchapedia)
비하인드
1. 파벨만스는 아카데미에서 아무런 상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개봉 4주 차 계속해서 상영하고 있다.
2.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마지막에 레아와 아놀드를 위한다는 말이 올라오는데, 이는 어머니 레아 아들러와 아버지 아놀드 스필버그를 의미한다.
3. 불륜이었던 미셸 윌리엄즈와 세스 로건은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이미 부부였다.
4. 마지막 조언을 해주는 존 포드 역할로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연출한 데이빗 린치 감독이다.
관람 정보
CGV 오리 7관에서 관람하였다. 오리 CGV 7관 명당은 목과 시선의 편안함 측면에서는 F~H열, 영화관 화면의 압도적인 사이즈 측면에선 C~D열 정도가 적합할 것이다. 좀 과해도 B열도 괜찮을 수준이다. 자막이 필요하면 C~D열에서 봤을 때 시선 높이에 딱 자막이 표출되게 되어 집중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이는 보는 요령에 따라 다르겠다. 7관, 8관, 9관은 작은 편이라 선호도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영화 굿즈
파벨만스 개봉4주 차 이벤트로 관람 시 키링을 주었다. 그간 뱃지, 키링 등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재밌게 본 영화의 굿즈는 작은 거라도 정말 좋다. 귀엽다.
이전에는 뱃지, 북마크, 포스터 등을 증정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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