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Hansan: Rising Dragon, 2021)을 관람하였다.
<영화 정보>
감독 : 김한민
출연 :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시간 : 129분
장르 : 액션
용의 출현 부제에서 용은 거북선의 머리를 의미하겠지.
실제 역사 임진왜란 한산도 대첩을 영화화 한 이순신 해전 3부작 중 2번째 작품이다.
명량은 2014년에 개봉을 한 영화로 무려 8년전이다. 믿겨지는가. 명량: 회오리바다라는 제목으로 홍보가 이루어지다가 마지막에 명량으로 개봉을 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부제와 함께 한산: 용의 출현으로 멋있게 개봉하였다. 아마 감독이 당시에도 3부작을 꿈꾸며 만들었는데 누군가 제목을 강하게 말리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급 포스터 보고 생각났는데.. 전작 일본 장수 연기를 했던 류승룡과 이번에 이순신을 연기하는 박해일도 그렇고, 포스터는 <최종병기 활>을 연상케 한다.
감독이 애초에 최종병기 활을 만든 김한민 감독이니 그럴만도 한가 싶다.
<노스포 간단평>
정말 재밌게 봐서 전작 명량이 궁금해져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량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연출이 좋고 장점들이 많이 보이는 영화였다.
당시 명량을 봤을 때 실망했던 이유를 떠올려보면 너무 비장하게 표현하고 힘이 심각하게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오그라드는 과한 장면도 너무 많고 불필요한 씬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번 한산은 이런 부분들이 제법 개선되었고 메인 캐릭터와 연기에 힘을 많이 빼고 그 보다 액션의 표현과 곁가지 스토리에 조금 힘을 분산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영화의 완급 조절에 꽤나 큰 도움을 주었고 메인 액션 해전씬 때가 되어 더욱 몰두해서 볼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 당시 왜적 침략 상황을 브리핑하는 순간 영화가 일을 냈다라고 느껴졌다. 영화가 관객을 확실히 기선제압 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후 초반에 살짝 거북선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 루즈한 순간이 있을 뻔 했으나 전체적으로 영화 129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끝까지 다 보니 일을 낸 수준은 아니었지만.
특히 이순신이 오늘 12시 자정에 출정한다고 외친 이후부터 수십 척의 배가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순간부터는 온갖 집중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게 영화를 만든 거 같다.
원래 중세 전쟁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중세 전쟁 영화로 분류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장르적으로 상당히 선호하는 장르의 영화긴 하다.
극장 가서 보길 강력 추천한다. IMAX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은 영화는 IMAX로 안 보겠다는 규칙을 만든 터라 일반관을 추천한다. 스크린X 도 꽤 매력있을 거 같긴 하다. 4DX도 엄청난 호평들이 많다. 후기 찾아보고 여유되면 4DX관에서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요즘 쿠키 정보에 꽤 관심이 많은 거 같다. 음악 듣는 게 좋아서 항상 엔딩 크레딧 끝까지 남는 편이긴 한데, 한산은 쿠키를 기대하며 엔딩 크레딧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쿠키는 없다.
<스포 리뷰>
<액션>
영화가 실제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역사를 표현하는 만큼 각색 수준을 두고 상당히 고민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일반적인 전쟁 영화가 하이라이트를 표현하는 방식과는 다른 구도를 취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보통 영화같았으면 거북선 용의 출현은 위기의 순간에, 학익진을 통한 반격도 위기 이후 반전의 순간 등에 표현이 됐을 거 같은데 예상을 깨고 거북선은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초반에 드라마틱한 게 아니라 웅장하게 등장하여 다 깨부시고 다니고, 학익진도 계속 존버하다가 딱 예상한 순간에 배를 선회하여 원샷 원큐로 왜군을 궤멸시킨다.
라이벌로 표현되는, 어찌보면 이순신보다 분량이 더 많아 보이는 와키자카. 아무것도 못한 와키자카 변요한에게 온 마지막 기회는 인상을 찌뿌리는 표정 연기 뿐, 제대로된 반격은 커녕 칼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산도 전투가 근거리 백병전 없이 포탄으로만 끝장을 내버린 터라 액션 씬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한 거 같다. 안개 가득 견내량에서 긴장감 있게 유인하는 어영담 씬부터 꽤나 드라마틱하게 등장하여 몸으로 부딪혀 파괴시키는 거북선, 그리고 어리석은 원균을 강조해가며 선회하여 포로 마무리하는 학익진까지 포인트를 하나씩 잡아서 표현한다.
부족한 근접 액션을 새로운 배나 포가 등장하여 장면이 전환될 때 강력한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과 같은 극적인 편집, 촬영 기법을 통하여 긴장감을 주는 표현을 하는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전작이 떠오르는 터라 불편했다.
더운 여름 시원한 바다를 달리는 수십, 수백척의 판옥선들. 명량은 고작 12척 적은 수의 배들만 있었기에 이런 느낌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 조선은 50척 이상의 배를 가지고 있고 일본군은 그 배가 된다. cg는 아쉽지만 그래도 <트로이>에서 트로이로 출정하는 배들의 모습들이 생각날 법도 했다.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다. 물론 명량도 조선 수군은 적어도 일본군 함대는 굉장했긴 하다.
<국뽕>
전작이 기억이 제대로 나지는 않지만, 최민식 이순신 연기는 좋았던 거 같다. 다만 너무 국뽕이 가득찬 영화여서 보기 힘들었던 느낌이 있었다. 이번 한산 역시 뽕이 가득차 있다. 그런데 이순신 뽕은 그냥 어릴 적 역사교과서, 위인전, 100원 동전 인물, 요즘 유튜브를 통해서도, 국제적으로도 해전에 능한 역사적 인물에 손에 꼽으니 이 뽕이라는 건 영화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이미 들어있는 거 같다. 한민족의 정신과 얼을 계승하고 지켜내온 조선 인물 투 톱 세종대왕 이순신을 어찌 뽕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랄까.
미국의 현대판 뽕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가 한국은 조선 역사의 뽕 이순신 장군.
<거북선>
위기가 없는 완벽한 승리 한산도 대첩때문에 극적인 연출보다 역사에 실려있는 느낌으로 완벽한 승리 상황을 표현한다. 거북선은 웅장했으나, 기존 거북선은 파괴되는 모습도 보여졌다. 한산도 대첩에서 과연 거북선이 파괴되었나? 각색인가 궁금하다.
적진 한 가운데 위치하여 오버워치 리퍼 궁을 연상케 하는 거북선의 활약하는 순간은 가슴이 웅장해진다. 용 머리와 함께 웅장하게 등장하여 적진을 누비며 파괴하는 모습은 속이 다 후련하다.
영화에서 거북선은 계속해서 구선이라고 말한다. 거북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거북선은 조선왕조실록에서는 한자로 귀선(龜船)으로 표기하고 있다. 거북 구, 터질 균자라고 하는데 주로 돌격선, 함대에 돌진하는 식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복카이센(목해선)이란 전설 속의 해저 괴물 배로 불렸다. 샤치호코라는 상상 속의 동물과 닮은 걸로 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다른 단어로도 왜놈들이 많이들 부른다.
또한 영화 속에서 다르게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메구라부네라고 하는 게 당시 일본에서 부르는 호칭이다. 번역하면 장님배로 방호용 장갑판을 두른 배들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캐스팅 배우>
헤어질 결심으로 익숙해진 박해일이 이번엔 장군이다. 변요한은 기억나는 작품이 없고, 안성기와 손현주도 크게 선호하는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배우는 아니라 캐스팅을 보았을 때 상당히 아쉬웠었다. 근데 장군역의 박해일이 워낙 마음에 들으니 그나마 상쇄되는 듯한 느낌.
조연들도 정말 익숙하다. 박지환 내 아임다 아임닭 아저씨, 긴가민가했는데 맞는 옥택연, 킹덤에서의 존재감 김성규, 윤제문, 이준혁, 김향기 등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을 보고 꽤나 인상에 남았다. 이순신을 연신 외치는 뭔가 보기 어색했던 류승룡과는 다르게 좀 더 절제되어 있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 거 같다. 어쩌면 류승룡과 조진웅은 너무 익숙한 얼굴이라 캐스팅 자체가 어색해서 그렇게 느낀 거일 수도 있다.
일본어를 전혀 몰라 언어에 대한 건 전혀 모르겠다. 다만 모르는 입장에서 들었을 때는 어색한 언어를 연기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연출상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부담스러워지긴 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이순신과의 라이벌 구도를 위해 강조되는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김한민 감독이 도저히 버릴 수 없는 포인트였나보다.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 박해일이 엄청 선하게 생긴 건 아니어도 이순신은 더 우락부락하게 생겼어야할 거 같은 느낌은 있다. 이순신 역시 영화에서 엄청나게 절제되고 말을 아끼는 인물로 표현되며 말보단 표정을 통해 연기하는 박해일을 볼 수 있다. 흡족스럽다.
안성기는 목소리가 너무 안성기라서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원균은 원래 멍청한 듯 연기로 해야되어야 해서 손현주가 꽤나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정도이지만 크게 어울리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다.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봐서 아쉬운 캐릭터들도 있었다. 아임다 아저씨가 거북선을 써달라고 진지하게 눈물을 흘리는 역할이라니..
<후속작 노량>
마지막 남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김윤석이 이순신을 연기한다. 과연.. <황해>에서 돼지다리뼈로 사람 후두려 패던 면사장, <타짜> 아귀가 이순신이라니. 연기는 <남한산성>에서의 예판을 생각하면 전혀 걱정은 되지 않는다.
<기타 이모저모>
와키자카는 등에 화살을 맞은 채로 바다에 빠지는 걸로 표현되지만 여기서 죽지는 않는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미역만 먹고 살다가 구출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명량에서도 조진웅이 와키자카를 연기한다.
한산도 대첩이 1592년, 명량 해전이 1597년, 노량 해전이 1598년. 이렇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도 수 년 동안 싸우며 나라를 빼앗길 지경까지 갔으니.. 실로 이순신의 독보적인 능력이 더 빛이 나는 거 같다.
안성기 수염이 어색하다.
조진웅과 변요한 와키자카 연기 비교가 많이 돌아다닐 거 같다.
임진왜란 때 첩보 스파이가 상당히 많았을 거 같긴 한데 김성규, 옥택연과 김향기가 연기한 첩자 부분은 과연 실제일까 각색일까 궁금하다.
바다 위의 성 학익진은 진짜 자다가 저기 북쪽 동네 배경에 큰 성을 보고 떠올린건가?
학익진은 실제로 육군에서는 사용했으나 이순신이 해전에서 처음 사용한 거라고 한다. 대체 와키자카는 학익진 첩보를 받고도 어떤 대비를 한 걸까? 학의 날개를 뚫고 그 심장으로 들어간다던 쐐기형 진법 어린진. 이게 학익진을 돌파할 묘수였던 것인가. 그렇다치면 너무 심각하게 패배했던데.
가토가 원래 이렇게 동네북인가? 와키자카한테 배를 뺐기고 가다니. 아는 얼굴들이 일본어로 연기하니 상당히 어색한 느낌들은 있다.
조총낭인과 검술낭인 전직시키고 싶다. 거상이 그립다.
일본에서도 이순신은 적이지만 상당히 인정받는 장수로 여긴다는데 명량과 이 영화가 과연 얼마나 일본에서 흥행을 했을 지, 할 지가 궁금해진다.
실제 학익진도는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우수영전진도첩(右水營戰陣圖帖)의 6번째 그림이다.
공짜표 생기면 한 번쯤 더 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극장 정보>
CGV 오리 2관에서 관람하였다. 2관은 F~G열이 자막없는 한국 영화를 보기에 목도 편안하고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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